LINGUA FUNDAMENTUM SANTI SILENTII 언어는 성스러운 침묵에 기초한다
Max Picard. Die Welt des Schweigens 침묵의 세계. 최승자 역. 1948/2001
몸은 시빌리테에 의해 완전히 포섭되지 않으며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질서를 —성스러움의 영역을— 필요로 한다.
Jean-Pierre Baud. L'affaire de la main volee - Une histoire juridique du corps 도둑맞은 손 - 살아있지만 인격의 일부라고 말할 수 없는 인간적인 어떤 것에 대한 법적 탐구. 김현경 역. 1993/2019
그림자는 표정이나 몸짓이나 자세처럼, 몸과 구별되지만 몸에서 분리될 수 없고, 무의지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지만 의식적 조작을 허용하며, 개인의 가장 깊숙한 특질을 반영한다고 여겨지지만 본디 익명적이고 모방 가능한, 어떤 신체적인 것의 은유일지도 모른다. 사람됨은 이러한 신체적인 것 속에서 표현되며, 구체화된다. 그리하여 이 신체적인 것의 상실은 사람됨의 상실과 동일시되곤 한다.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2015
계속해서 당신이 앞으로 달려간다면, 미지근한 공기 속을 첨벙거리며, 두 손은 지느러미처럼 양옆으로 내밀고, 반쯤 잠이 든 상태로 서둘러 가면서도, 당신 곁을 지나치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노라면, 이제 마차 한 대가 당신 곁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멈추어 서면, 바라보는 시선의 힘 만으로도 뿌리가 땅속으로 깊게 파고들어 널리 퍼져 나가게 한다면, 그 무엇도 당신을 제거할 수 없다. 퍼져 나가는 것은 뿌리가 아니라 단지 그것을 겨냥하고 노려보는 당신 시선의 힘인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변함없이 암흑에 쌓인 먼 곳을 바라보게 된다. 곧 도착하는 한 대의 마차 말고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을 먼 곳을. 마차는 다가온다. 마차는 점점 커지며, 이제 당신이 있는 곳에 다다르는 그 순간에는 이 세계 전체를 채울 만큼 커질 것이다. 당신은 마차 속으로, 대형 여객 마차의 좌석 쿠션 속으로 아이처럼 가라앉는다. 마차는 폭풍과 밤의 한가운데를 달려간다.
Franz Kafka. Sogni / Träume 꿈. 배수아 역. 2014. Workroom Press 제안들 총서
그리고 푸른색과 태양이 잠깐, 그러면 밤이다.
그래서 머리를 숙이고 돌아가면서 달팽이나 괄태충, 벌레를 찾았다. 가만히 붙박인 것들에 대한 커다란 사랑이 내 마음속에도 일어나, 덤불들, 바위 같은 것들, 너무 많아서 다 말할 수도 없는, 심지어 들판의 꽃들까지, 제정신일 때는 세상에 건드리지도 않을 그런 것을, 꺾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것들을 피하려고 가던 길을 벗어나지도 않을 것인데, 피할 수 있다고 해도, 아니 나는 그저 가던 길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비록 나는 일평생 한 번도 어딘가를 향해 가던 길이 아니고, 그저 가던 길이지만 그랬다. 그리고 이 길에서 나는 거대한 잡목 숲을 가로질러, 피 흘리고, 진창에 깊이, 물에도, 어떨 때는 바다에도 들어가면서 가던 길에 끌려가거나, 아니면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서, 돌아 나왔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결국 이렇게 죽을 것이라, 그들이 나를 붙잡지 않으면, 내 말은 물에 빠져, 아니면 불 속에서, 그래, 아마도 나는 결국 이렇게 죽을 것이라, 맹렬하게 저돌적으로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산산히 타 죽을 것이다.
이 거대한 고사리들은 억센 놈들이라, 풀을 먹인 것처럼, 아주 단단한, 끔찍한 줄기가, 당신의 바지를 뚫고 다리 껍질을 벗길뿐더러, 그것들이 구덩이를 가려서, 주의하지 않으면 당신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굴러떨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지게 해, 당신은 아무도 당신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 곳에서 몇 주나 누워 있을 수도 있다고, 나는 종종 산에 올라 그런 생각을 했고, 아니, 그걸 말로 하려면 바보 같지만, 그냥 계속 나아갔고, 내 몸은 내가 없이도 최선을 다했다.
Samuel Bechett. 포기한 작업으로부터. 윤원화 역. 2019
너희들 중 가장 현명한 자, 그도 또한 식물과 유령의 분열이며 잡종에 지나지 않는다.
Friedrich Nietzche. Also Sprach Zarathustra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최승자 역. 1885/1997